가벼운 타이포그래피 이야기 — 간판유랑.
무작정 걷다가 길 위에 놓인 글자를 훑어봅니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31길 — 2022년 1월 22일 촬영 |

‘건대 맛의 거리’ 중심 언저리쯤에서 꺾어 들어오면 아차산로31길이 나옵니다. 터줏대감처럼 있는 ‘무등산 닭한마리’ 가게가 바로 보이고 시선을 따라 쭉 나열된 듯한 간판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 밤은 또 어떤 이야깃거리로 이곳의 밤이 환하게 빛날까 상상해봅니다. 이 골목에는 과연 어떤 간판들이 있을까요?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1. 휴먼옛체

휴먼폰트에서 제작한 [휴먼옛체]는 글자가 가진 가상의 정방형 틀을 꽉 채운 구조와 줄기 가운데가 미세하게 가늘어지는 특징이 있는 폰트입니다. 이름 때문일까요, 아니면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구조와 닮았기 때문일까요? 예스러움이 물씬 느껴집니다. 비슷한 폰트로는 아시아소프트의 [a세종실록]이 있습니다.
- 폰트 제작사: 휴먼폰트
- 유사한 폰트: a세종실록
2. Sandoll 로터리

[Sandoll 로터리]는 산돌에서 진행한 〈시대의 거울 프로젝트〉의 세 번째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규격화된 공간 배분을 활용하였는데 글자 중심을 기준으로 하단에는 넉넉한 느낌, 상단으로는 밀집—혹은 포화—된 느낌이 듭니다. 개성이 강하여 비슷한 폰트가 없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전라북도체가 느낌적 느낌(?)을 같이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 폰트 제작사: 산돌
- 유사한 폰트: 전라북도체
3. Sandoll 네모니

산돌에서 제작한 [Sandoll 네모니]는 명랑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판에 있는 가게 이름과도 잘 어울리는 폰트라고 생각됩니다. 일부 닿자1의 형태가 유사한 폰트로는 디자인210에서 제작한 [210 블로그]가 있습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육회는 반 접시이고 연어는 한 접시라는 의미일까요?
- 폰트 제작사: 산돌
- 유사한 폰트: 210 블로그
4. Yoon 사파이어Ⅱ

윤디자인그룹에서 제작한 [Yoon 사파이어Ⅱ] 폰트입니다. 날카로운 줄기의 단면들이 이름의 인상과 썩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유사한 폰트로 한양정보통신의 [HY크리스탈], 아시아소프트의 [a크리스탈]이 있는데 모두 보석류의 이름입니다.
- 폰트 제작사: 윤디자인그룹
- 유사한 폰트: HY크리스탈, a크리스탈
5. 경기천년바탕

티랩에서 제작하고 경기도청이 배포한 [경기천년바탕] 폰트는 라이선스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매력 덕에 정말 다종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마 제주도에도 이 폰트를 사용한 가게가 있을 거라 감히 예상해봅니다. 돌기—혹은 세리프(Serif) 또는 부리—가 뭉툭하며 정성스레 또박또박 쓴 듯한 인상을 가진 점으로 볼 때, 류양희 디자이너가 제작한 [고운바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폰트 배포사: 경기도청
- 폰트 제작사: 티랩(구 박윤정타이포랩)
- 유사한 폰트: 고운바탕
6. Sandoll 광야

산돌에서 제작한 [Sandoll 광야]는 묵직한 인상이 있습니다. 한자 명조의 부분 요소를 차용하여 그런지 예스러움도 살짝 느껴집니다. 쌍둥이 폰트이자 유사한 폰트로는 [Sandoll 동백꽃]이 있습니다.
- 폰트 제작사: 산돌
- 유사한 폰트: Sandoll 동백꽃
7. 배달의민족 연성

우아한형제들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연성] 폰트는 제주도 호박엿 가판대에 적혀있던 글자를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참고한 글자의 어수룩하고 울뚝불뚝한 인상을 그대로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폰트로는 헤움디자인의 [HU솔붓]이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연성]보다는 조금 더 정제된 궁서체에 가깝긴 하지만요.
간판유랑은 개인적으로 돌아다녀본 골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정확한 표현을 하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부족하거나 잘못 알려드리는 지점이 있을까 마음이 콩알만해지곤 합니다. 저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help@fontquiz.org로 의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