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타이포그래피 이야기 — 간판유랑.
무작정 걷다가 길 위에 놓인 글자를 훑어봅니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동일로24길 — 2022년 1월 22일 촬영 |

‘건대 맛의 거리’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또다른 간판 밀집지역이 나옵니다. 많은 옛 간판을 보고 ‘이 곳은 메인 거리와 비교하면 변화의 시간이 느린 곳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메인보다 거리의 폭이 좁지만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운 이곳에는 어떤 폰트들이 있을까요? 간판과 간판, 가게와 가게 사이에 있는 글자를 둘러보고 소개합니다.
1. a견고딕

아시아소프트에서 제작한 [a견고딕]입니다. ‘대’를 보시면 홀자1에 가까운 첫닿자2의 단면이 홀자와 평행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윤디자인그룹에서 제작한 [윤고딕 300]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a견고딕]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사진 속 이응의 모습이 다소 홀쭉한 모습을 보이고, 이런 모습은 [a견고딕]과 일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너무 미세한 차이라 저도 집에서 한참을 비교해보고 결정했습니다.(제발 틀린 선택이 아니었길 바라며…)
- 폰트 제작사: 아시아소프트
- 유사한 폰트: Yoon 윤고딕 100·300 | HU진고딕2·3
2. 조선100년체

앞서 변화의 시간이 느리다고 했던가요? 그 말을 취소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 보이는 사진 속 폰트는 글자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예스러움과는 별개로 2020년에 제작된 폰트입니다.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폰트로 1920년대 조선일보에 사용된 모습을 현대적으로 복원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원(復原)이라기보단 당시 조선일보 지면으로 출력된 글자의 꼴을 ‘복각(覆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자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a아시아실록]과 유사합니다.
3. 태-행복

태폰트에서 제작한 [태-행복] 폰트는 ㅅ내림3의 단면이 받침으로 오는 닿자의 면과 평행한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첫닿자와 홀자가 연결되거나 홀자와 받침닿자가 연결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비슷한 폰트로는 아시아소프트의 [a한글세상]이나 윤디자인그룹의 [Yoon 솔잎]을 꼽을 수 있습니다.
- 폰트 제작사: 태폰트
- 유사한 폰트: a한글세상, Yoon 솔잎
4. DX고딕 / 휴먼둥근헤드라인

‘캠퍼스’와 ‘최신시설’에 쓰인 폰트는 디엑스코리아의 [DX고딕]입니다. [DX고딕]은 줄기의 단면이 다른 고딕계열 폰트들에 비해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을 줍니다. ‘당구장’에 쓰인 폰트는 휴먼폰트의 [휴먼둥근헤드라인]입니다. 일부 획이 꺾이는 부분에 R값4을 적용했습니다. 사실 [HY헤드라인]인 줄 알고 찍어와서 비교해보니 다른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어떤 폰트인지 찾아내는 데는 의외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매번 반복되고 있습니다…아 🤯)
간판유랑은 개인적으로 돌아다녀본 골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정확한 표현을 하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부족하거나 잘못 알려드리는 지점이 있을까 마음이 콩알만해지곤 합니다. 저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help@fontquiz.org로 의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