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타이포그래피 이야기 — 간판유랑.
무작정 걷다가 길 위에 놓인 글자를 훑어봅니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동일로22길 — 2022년 1월 22일 촬영 |

‘건대 맛의 거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입니다. 통칭 ‘건대 거리’로 불리는 지역의 중심이자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인데 지하철 건대입구역의 2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바로 나옵니다. 일반적인 주 이용자층은 젊은 청년층이지만 온갖 맛집과 즐길 거리가 있어 중년층에게도 제법 인기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어떤 폰트들이 있을까요? 간판과 간판, 가게와 가게 사이에 있는 글자를 둘러보고 소개합니다.
1. 휴먼매직체

’30년 명가 닭갈비’에 사용된 폰트는 [휴먼매직체]입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글자의 축과 우측에 있는 소실점으로의 원근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 폰트는 사각 촉의 매직펜을 죽죽 그은 듯 직선적인 줄기의 표현이 매우 강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한양정보통신에서 제작한 [HY엽서]라는 폰트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 폰트 제작사: 휴먼폰트
- 유사한 폰트: HY엽서
2. HU고목나무 | 210 각설탕 | a신헤드

‘단골손님’에는 [HU고목나무]를 변형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추가 제보 환영합니다) 그리고 ‘돌아온’에는 [210 각설탕]이, 간판의 하단으로 적힌 메뉴 목록에는 [a신헤드]가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헤움디자인에서 제작한 [HU고목나무]는 줄기의 단면 질감이 거친데 이와 유사한 폰트로 윤디자인그룹의 [Yoon 고구려]와 디자인210의 [210 스톤에이지] 등이 있습니다. 디자인210에서 제작한 [210 각설탕]은 줄기의 시작과 끝이 가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같은 회사의 [210 인사동사거리]가 이와 유사한 모습입니다. 아시아소프트에서 제작한 [a신헤드]는 몇몇 첫닿자1가 홀자2와 붙는 특징이 있는데, 위의 사진에서는 ‘은, 지, 삼’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폰트로 한양정보통신의 [HY울릉도]가 있습니다.
3. Yoon 햇살

위 간판에는 윤디자인그룹에서 제작한 [Yoon 햇살]이 사용되었습니다. 아시아소프트의 [a나무]가 매우 유사한 모습이지만 굵은 정도를 보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폰트 제작사: 윤디자인그룹
- 유사한 폰트: a나무
4. 배달의민족 도현

배달의민족에서 무료배포 중인 폰트. [배달의민족 도현]은 몇몇 받침닿자(마지막으로 오는 닿소리 글자 ‘ㄱ, …, ㅎ’)가 홀자와 서로 연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비슷한 폰트로는 디엑스코리아에서 제작한 [DX메탈고딕]이 있으며, 장식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아 가상의 글자틀을 가득 채운 고딕체 계열 폰트 모두와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5. HY울릉도 / 210 그린나래

‘아구찜·해물찜·조개찜’에 사용된 폰트는 한양정보통신에서 제작한 [HY울릉도]이고, ‘마산’에 사용된 폰트는 디자인210에서 제작한 [210 그린나래]입니다.
[HY울릉도]의 경우 한국철도공사의 [코레일 둥근고딕]과 매우 유사합니다. 여담으로 한국철도공사의 폰트들은 과거 ‘Korail’+’출시년도’로 이름이 붙었으나 2021년도에 폰트가족명을 재정비하였습니다. [210 그린나래]의 경우 전반적으로 뭉툭한 질감인데, 헤움디자인의 [HU상상]이 이와 비슷합니다.
6. a블랙

아시아소프트에서 제작한 [a블랙]은 가상의 글자틀을 꽉 채운 구조에 곁줄기가 기울어진 특징이 있습니다. 큼직큼직한 구조가 특징인데 크기감으로 유사한 폰트는 디엑스코리아의 [DX샤르망]이 있습니다. 모던한 통닭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새삼 궁금해집니다.
- 폰트 제작사: 아시아소프트
- 유사한 폰트: DX샤르망
7. Rix장미의유혹Thon / a심포니

폰트릭스에서 제작한 [Rix장미의유혹Thon]은 장미의 가시처럼 날카로운 요소가 특징인 폰트입니다. ‘소래’와 ‘포구’ 사이로 보이는 폰트는 아시아소프트에서 제작한 [a심포니]입니다. 두 폰트 모두 세로 줄기가 굵은 폰트이지만 날카로운 요소와 부드러운 요소의 차이로 인해 유사한 폰트는 각각 다르게 보입니다.
8. a파도소리

아시아소프트에서 제작한 [a파도소리]입니다. 글자의 하단으로 보이는 굽이치는 형태가 문장이 되었을 때 마치 파도치는 모습 같습니다. 이처럼 글자의 아래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폰트로 [THE하늘색바람]과 [a선율], 그리고 [Sandoll 안단테]가 있습니다.
- 폰트 제작사: 아시아소프트
- 유사한 폰트: THE하늘색바람, Sandoll 안단테, a선율
9. 여기어때 잘난체

여기어때 BI의 특징을 가져와서 제작, 그리고 무료 배포한 폰트입니다. [Tmon몬소리]만큼이나 다종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고 유사한 폰트를 꼽자면 전반적으로 줄기가 굵고 끝이 둥근 폰트(Rounded Font) 스타일을 들 수 있습니다.
10. SF함박눈

‘눈서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개인 디자이너가 제작한 [SF함박눈] 폰트입니다. 뭉툭한 단면에서 닳거나 마모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유사한 폰트로는 산돌에서 제작한 [Sandoll 늦봄]과 [Sandoll 동백꽃]을 들 수 있습니다.
- 폰트 제작사: 눈서리
- 유사한 폰트: Sandoll 늦봄, Sandoll 동백꽃
간판유랑은 개인적으로 돌아다녀본 골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정확한 표현을 하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부족하거나 잘못 알려드리는 지점이 있을까 마음이 콩알만해지곤 합니다. 저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help@fontquiz.org로 의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